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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나는 많은 학우들과 ‘학벌’을 주제로 토론을 하다 보면 갑갑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 학벌의 폐해를 성토하는 학우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지 못하는 갑갑함이었다. 남들은 다 문제라 하지만 내 눈에는 문제로 보이지 않는 데서 오는 느낌이었다. 모두가 학벌 하지만 학벌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부터가 모호했다.
본문일부/목차
1. 학벌 유명론(唯名論)
학벌을 실체 없는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입장을 가리켜 학벌 유명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학벌에 대한 문제제기를 열등한 사람들이 뛰어난 사람들을 시기하고 모함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토론과 사회과학적 탐구는 불가능할 것이다. 학벌이 무엇이냐고 물어봤을 때 우리는 먼저 학벌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게 된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 나온 표준국어대사전은 학벌을 ①　학문을 닦아서 얻게 된 사회적 지위나 신분. 또는 출신 학교의 사회적 지위나 등급. ② 출신 학교나 학파에 따라 이루어지는 파벌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마치 ‘불사조’라는 단어의 뜻이 사전에 있다고 하여 이것이 불사조가 현실에 존재함을 의미하지 않는 것처럼 위와 같은 학벌의 사전적 뜻풀이가 학벌의 실재를 규명해주지는 못한다. 설령 학벌이 파벌이라 할지라도 파벌은 인간 세상 어디에나 있을 수 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사회적 관계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같은 학교 출신 사이에 이루어지는 파벌이 학연과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이런 관점에 있는 학벌 유명론에서는 우리가 학벌문제라고 부르는 모든 병리적 현상들을 단순히 개인의 능력 차이로 보거나 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연고관계로 치환한다. 이렇게 학벌을 사회적 현상이 아닌 개인의 속성으로 보게 되면 학벌 문제는 그저 열등한 자들의 원한의 표현이 되어 버린다. 사람들의 능력이 천차만별인데 똑똑한 사람이 못난 사람보다 잘 사는 것을 누가 탓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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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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