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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설명
서정주의 시를 처음 접했던 것은 고등학교 무렵이었다. 친일논란으로 국정교과서에서는 실리지 않았지만 그의 시는 꾸준히 문제집에 등장하는 단골 시 중 하나였고, 따라서 나 역시 문제집을 통해 서정주의 시를 접했다. 들판 위의 철로를 지지며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달려 나가는 기차처럼 당시의 내게 있어 시란 그저 좋은 내신과 수능성적을 위한 목적과 수단에 불과했다. 심지어 시는 당시의 내게는 중대한 골칫거리였다. 해석이 난해했고 암기해야 할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본문일부/목차
『화사집』으로 대표되는 서정주 초기 시는 관능과 육체의 몸부림이었다. 화사집은 생명탐구에 집중되어 관능적, 본능적인 이미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초기의 치열한 정신적 방황을 잘 담아내고 있다. 이는 본능과 도덕과의 갈등, 혹은 내면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 사이의 끊임없는 물음과 충돌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1948년에 낸 두 번째 시집 『귀촉도』에서는 이러한 악마적 관능의 색채가 옅어지고 서정주의 동양적 정서와 사상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귀촉도』는 일제말기에 쓴 시와 해방 뒤에 쓴 시를 함께 수록하고 있기 때문에 『화사집』과 유사한 작품을 담고 있기도 하나 주로 이조백자나 노자, 장자 등 동양사상을 중요한 세계관으로 수용한 변화를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귀촉도의 동양적 정서와 사상은 1968년에 낸 시집 『동천』으로까지 이어진다. 『동천』 이전의 시집 『신화초』에서도 신라정신이 시적주제로 등장하지만 이것이 사료(史料) 차용에 그쳤다는 인상을 준다면 1968년에 발간된 『동천』에서 서정주는 신라와 불교에 대한 한층 더 깊어진 사유를 선보이며 시적형상화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5년의 『질마재 신화』는 서정주의 동양적 정서와 사상을 담은 시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유년기 고향 마을 사람들과 풍속을 산문 양식에 담은 이 시집은 미당 정신세계의 궁극이라 할 신라정신이 일상과 결합된 양상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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